학창 시절, 사회 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 국가이다." 한반도라고도 불리는 대한민국이 해양 국가라는 데 이견이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창립 40주년을 맞이하여 2024 해양수산 국민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80% 이상의 국민이 우리나라를 해양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 대다수가 한국이 앞으로 해양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해양 수산이 생태계와 인류 문명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5년 전(2019년) 결과와 비교했을 때, 해양 수산 전반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의 항목에서 점수가 상승하여 인식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바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국민도 체감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해양수산을 활용하고 해양국가로서 미래를 펼치기 위해서는 그만큼 바다에 대해 잘 알아야 할 터인데….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발전 가능성을 가진 바다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해양수산부는 2023년 2월, 한국형 온라인 해양공개강좌 플랫폼 'K-오션MOOC'를 개설해 해양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편하게 양질의 해양 관련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학습 기회를 제공해왔다. 지금까지 누적 30만 명의 사용자를 돌파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해양과학과 환경, 해양 영토와 역사, 해양문화, 해양산업, 해양진로 등 다양한 분야에 더해 2024년 12월 26일에는 대중가요, 극지연구원, 원양어업, 수산 식품 명인의 이야기 등 인문과 예술로 바다를 배우는 강좌 12개를 추가로 공개했다.
대중가요와 바다, 그 특별한 만남이 궁금해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대중가요 속 바다로의 여행'을 수강해 보았다. 수강 방법은 간단하다. K-오션MOOC 누리집(https://www.koceanmooc.or.kr/)에 접속하고 회원가입을 한 뒤 원하는 강좌를 선택해서 수강하면 된다. 기존의 K-MOOC처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강좌를 클릭하면 강의 개요와 학습 목차를 볼 수 있다. '목포의 눈물', '돌아와요 부산항에', '아빠는 마도로스', '아메리칸 마도로스' 등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된 오랜 명곡과 '여름 이야기'와 '해변의 여인'과 같이 내가 즐겨듣던 대중가요 속에서 시대와 사회 분위기에 맞춰 여러 모습으로 그려진 바다의 이야기를 설명한 강의라니…, 너무나 기대가 됐다.
비행기가 지금처럼 상용화되지 않았던 시절, 항구는 이별의 장소였다. 한 번 떠나면 돌아올 수 없는 바다. 바다로 떠났다는 말은 다시는 못 볼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항구는 단순히 장소가 아니라 기다림과 눈물이 얽혀있는 애달픔이었다. 그 비애와 애환을 담은 노래가 바로 '목포의 눈물',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이다.
하지만 바다는 이별의 한만 품고 있지 않다. 가난한 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산업 기반이 취약하던 50~60년대, 원양어업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가 당시 총 수출액의 5%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가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직업 중에 마도로스가 있다. 특히 50~60년대에 마도로스에 대한 노래가 아주 많이 등장했다. 마도로스는 원양어선을 탄 사람, 선장을 말한다. 가히 바다는 가난했던 나라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나라는 90년대에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바다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대중가요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고통과 애환에서 마도로스로 대표되는 경제 성장을 거쳐 바다는 즐기는 곳이자 휴양, 바캉스, 여행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바다는 사색과 성찰의 공간이다. 여러 메타포로 활용된 바다는 우리 인간의 복잡 미묘하고도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을 닮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대중가요의 뮤즈로서 사랑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한국 현대사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는 바다. 가요 속에 나타난 바다의 이미지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았다. 무심코 즐겨 들었던 대중가요와 여름 노래에 이렇게 깊은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맥락이 담겨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항상 예술은 현실과 사회, 인생을 반영해 왔다. 노래 역시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고 대중의 감정을 전달하기에 불러지게 되고 회자되는 것이다.
2025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힘찬 새해의 시작을 기원하며 K-오션MOOC에서 바다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무궁무진한 매력을 가진 바다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물론, 문화와 예술, 역사, 과학에 대한 지식은 덤으로 선물 받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