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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30~50년 어떻게 살 것인가?
.jpg)
100세 인생을 말할 정도로 수명은 늘어났는데 퇴직 연령은 빨라서 많은 직장인이 고민을 하고 있다.
2023년 말 취업 컨설팅 업체 잡코리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세 이상 직장인이 체감하는 평균 퇴직 연령은 53.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퇴직 후 30~5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후 생활비이다.
충분한 노후 생활비를 준비하지 못한 채 퇴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인생에서 재산이 가장 많을 때는 퇴직 직전인 50대이다.
2024년 3월 기준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가구의 가구당 총보유자산은 6억 1400만 원이다. 여기에서 가구당 평균 부채 1억 300만 원을 빼면 순자산은 5억 1100만 원.
언뜻 생각하면 50대 후반에 순 자산 5억 1100만 원이 있으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거로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중 4억 2700만 원이 부동산, 그것도 대부분이 살고 있는 집값이라는 점이다.
가용 순 금융자산은 8400만 원밖에 안 된다.
이 돈으로 어떻게 30~40년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초조한 나머지 주식이나 선물, 코인 같은 것으로 단기 재테크를 하려다 그 돈마저 날리는 사례도 있다.
남는 건 결국 살고 있는 집 한 채인데, 그 집에서 올해는 화장실을 팔아 쓰고 내년에는 다른 방을 팔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경험한 것처럼 인구가 줄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10~20년 후 장기적인 집값 하락 현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계부채를 갚지 못한 경우에는 주택빈곤에 빠질 수도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보유 재산이 없더라도 노후 최소 생활비 정도는 연금을 받아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무원, 교직원, 군인 출신과 현역 시절에 특별히 준비한 사람 외에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고령 세대가 받는 연금은 국민연금 정도인데, 2024년 8월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1007만 명 중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몇십만 원이라도 받는 사람은 68%에 지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수령액이다. 월 60만 원 미만이 70%를 차지한다. 100만 원 이상 수령자는 11%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자녀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퇴직 후에도 뭔가 일을 해서 모자라는 생활비에 보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20~30년 고령화 사회를 앞서가고 있는 일본의 사정은 어떤가?
2022년에 일본에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는 '퇴직 후의 진실' 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선진국에 진입했고 연금제도의 역사도 길기 때문에 퇴직자들은 생활비 걱정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일본의 60세~80세 인구 대부분이 월 수입 250만 원(한화) 이하인데, 월 생활비는 300만 원 정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퇴직 후에도 월 50~100만 원 정도는 일해서 벌어야 한다.
실제로 70세 남성 취업률은 46%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는가?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아파트 관리인인데, 경쟁률이 50:1 정도라고 한다.
'노노(老老) 케어'도 눈에 띈다.
일본의 요양시설에 가면 60대, 70대, 심지어 80대까지 건강한 노인을 환영한다는 모집 광고가 붙어 있다.
돌봄 대란, 돌봄 난민이 사회 문제화된 일본의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 외에도 생협 지역 위원, 컴퓨터 강사, 회사 고문, 가사 대행 서비스, 도서관 사서 보조, 아르바이트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년 실업이 넘쳐나고 있던 직업도 사라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이 발표한 고용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33년에는 현재 있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퇴직 후에도 일을 하기 위해서는 현역 세대가 할 수 없는 일이거나,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하려 하지 않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바람직한 것은 현역 시절부터 퇴직 후 일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미래의 직업과 연결 지어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면 현재 하는 일도 더욱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 그런 준비 없이 퇴직했다면, 체면을 내려놓고 허드렛일에 가까운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도 아파트 관리인의 채용 경쟁률이 50:1이라고 하지 않는가?
주변에서 보면 체면을 내려놓고 이런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주간 노인 보호센터에서 노노 케어 일을 하는 분도 있다.
70이 넘은 나이에 노노 케어 일을 하는 여성도 있다.
이분은 어머니 간병을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90세 넘은 할머니를 방문돌봄하고 있는데, 서로 마음이 맞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보람도 있고 급여도 받아 만족을 느낀다고 했다.
주위의 지인들에게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라고 권유하고 있을 정도이다.
외국계 기업의 서울 지사장으로 퇴직하고 개인택시사업 자격을 받아 운전을 하는 분도 있고,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후 택배 분류 작업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도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퇴직 후에 뭔가 일을 하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